<1889년. 캔버스에 유화, 57.5 x 74 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
<새로운 구상을 하나 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거야 (…) 이번에는 단순히 내 침실을 그리기로 했다. 오로지 색채만으로 모든 것을 그리고, 색을 단순화시켜 방 안의 모든 물건에 장엄한 양식을 부여하려고 한다. 여기서 색채로 휴식 또는 수면(睡眠)을 암시할 수 있을 거야. 한 마디로 말해 이 그림을 보고 두뇌와 상상력이 쉴 수 있도록 말이야.
벽은 옅은 보라색으로 하고 바닥은 붉은 타일, 나무 침대와 의자는 신선한 버터와 같은 노란색, 요와 베개는 초록빛이 도는 밝은 레몬색, 침대보는 진홍색, 창문은 초록색, 세면대는 오렌지색이고 대야는 푸른색, 그리고 문은 라일락 색이야.
그게 전부야. 이 답답한 방 속에는 닫힌 문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가구를 굵은 선으로 해서 다시 한 번 완전한 휴식을 표현해야 해. 벽에는 초상화가 걸려 있고 거울 하나와 수건, 그리고 옷 몇 벌이 있어.
그림틀은 흰색이어야 할 테지 - 왜냐하면 그림 속에는 흰색이 하나도 없거든. 이것은 내가 어쩔 수 없이 취해야만 하는 강요된 휴식에 보복하려는 마음에서이지.
오늘 하루 종일 이 그림을 다시 그릴거야. 하지만 보다시피 이 구상은 너무 단순해. 명암과 그림자는 없애버리고 일본 판화처럼 자유롭고 평평하게 색을 칠하려고 해 (…)>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E.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경, p. 548)
이 작품은 같은 주제의 세 번째 작품으로 1889년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후 생 레미 요양소에서 그린 것이다. 고흐는 이 작품을 그린 후 10개월 만에 자살하게 된다. 그는 ‘내가 앓고 난 뒤 내 그림들을 보았을 때 가장 훌륭하게 보인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라고 술회한 적이 있다.
☞ 그림 제시 : 고흐의 <나의 침실>
- 이 방을 구성하는 의자나 베개, 주전자, 병 등 모든 사물은 쌍을 이루고 있다. 이 장면을 그린 첫 번째 그림은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고갱의 도착을 기다리면서 제작한 만큼, 이 그림 속에 쌍으로 존재하는 물건들은 결국 실현되지 못할 운명이었지만 고갱과의 공동작업과 우정에 대한 반 고호의 소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림 속에 나타난 두 점의 초상화는 같은 소재의 세 그림에서 각각 다르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에서 좌측의 것은 고흐의 마지막 자화상이며, 우측의 것은 그의 누이 빌의 초상이다.
- 이 그림의 침대는 테오에게 빌린 돈으로 고흐가 구입한 농부의 침대이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금속제 대신 낡은 농부의 침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원래 침대의 아랫부분을 누드나 요람 속의 어린이를 그려 장식할 생각이었으나 그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는 아를에서 오베르로 이사할 때 이 침대를 가져갔으며, 결국 이 침대 위에서 세상을 떠났다.
- 고흐는 ‘나는 내 눈 앞에서 본 것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대신 내 자신을 더욱 힘차게 표현하기 위해 마음 내키는 대로 색을 사용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색채가 감정에 미치는 효과를 익히 알고 있었다.
특히 이 그림에 묘사된 의자는 실제 흰색의 수수한 의자였으나 고흐는 이 의자를 침대와 마찬가지로 노란색으로 채색하였다. 이는 노란색이 지니는 따스한 빛과 행복이라는 상징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고흐는 자연을 자신의 심리 상태에 따라 부단히 변화시키고 달리 채색하는 본능적 붓놀림을 선호하였던 것이다. 특히 그가 가장 많이 소비했던 물감이 노란색으로 동생 테오에게 자주 노란색 물감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침대 위 덮개의 빨간색은 이 그림에 생동감을 주는바 그의 표현적인 색채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 같은 제재의 세 그림에 나타난 마루의 색이 다르다. 이 방의 바닥은 원래 적벽돌로 되어 있었는데, 첫째 그림에서는 거무스레한 핑크빛이지만 이 그림에서는 불규칙한 갈색 톤으로 채색되어 화가의 울적한 기분을 대변하고 있다. 이는 밝고 찬란한 햇빛아래 ‘노란 집’에서 행복한 화가의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그의 꿈과 기대가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 이 방의 벽은 흰색이었으나 화가는 이를 청색과 보라색으로 변화시켰다. 그럼으로써 벽은 창문의 짙은 초록 및 다양한 녹색 톤과 조화를 이루며, 침대와 의자의 노란색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 고흐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특성 중 하나가 두꺼운 임파스토(impasto) 기법이다. 이 기법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붓자국이 두껍고 선명하다. 이는 그가 튜브에서 짜낸 물감을 팔레트 위에서 섞지 않고 캔버스에 직접 빠른 속도로 채색했기 때문이다.
이와 아울러 그의 그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강렬한 윤곽선으로, 고흐는 사물의 윤곽선을 짙게 그린 뒤 그 사이에 양감 없이 짙은 채색을 주로 하였다.
- 창문은 안쪽으로 조금 열려있어 밖을 내다볼 수 있음을 암시하지만, 창에 아무런 풍경이 보이지 않는 것과 녹색 톤의 색으로 보아 덧창이 굳게 닫혀졌음을 보여준다. 이런 폐쇄적 공간 이미지 때문에 방안은 넉넉하고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락해 보인다. 더욱이 이 공간이 외부와 통할 수 있는 우측의 문이 침대로 인해 열릴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이 그림의 폐쇄성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그러나 침대 앞에 빈 공간 덕분에 이 그림은 그다지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미술의 이해> : 그림에서 주제 즉 이야기의 서사구조를 배제한 마네는 결국 회화의 본질이 문학성
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 이미지 즉 형태와 색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고흐는 눈으로 본 세계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낀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회화이미지라
는 것을 제시하였다.
이런 두 거장을 비롯해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Paul Cézanne. 1839-1906)과 함께 현대
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그 새로운 국면이란 곧 형태와 색채를 회화의 본질로 삼는 젊은 예
술가들의 화풍을 일컫는 것이다.
색을 회화의 본질로 삼은 경향을 야수파(Fauvism)라 하는데 그 선두에는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가 있었다.
☞ 마티스의 <모자 쓴 여인>
그리고 형태 즉 시각적으로 완전한 구상적 형태가 아니라 화가의 의지에 따라 변형된 형상을 회화의 본질로 삼는 경향이 입체파(Cubism)인데 그 대표적 화가가 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이다.
☞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이로써 20세기에 들면서 회화는 더 이상 인간의 도덕적 관념을 제시하는 매체가 아니며 또한 고상한 아름다움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형태와 색채와 같은 나름의 본질적 언어를 지닌 순수 예술임을 천명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향의 예술을 이어 표현주의와 다다이즘(Dadaism),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추상표현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경향의 예술이 탄생하게 되면서 미술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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