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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이해-권용준교수

코로-모르트퐁테느의 추억

 

* 코로의 <모르트퐁테느의 추억 Souvenir de Mortefontaine>(1864년. 캔버스에 유화, 0.65x0.89m. 파리 루브르박물관)


코로(Jean-Baptiste Camille Corot, 1796-1876)는 낭만주의 화가들이 상상에 의해 이국의 상황을 그렸던 것과는 달리 실제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곳, 결코 이름난 장소가 아닌 인간의 가슴에 시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을 소재로 하였다. 화가로 하여금 소박한 자연을 찾아 야외로 나갈 것을 권유한 풍경화가였던 것이다. 그가 그린 <모르트퐁테느의 추억>을 보자.

 

 코로의 <모르트퐁텐느의 추억>



이 그림은 1864년 작으로 캔버스에 그린 유화이며, 지금 파리 루브르박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보다시피 이 그림에는 낭만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한 원색과 보색의 대비 효과도, 피와 폭동 등의 살육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A) 서정적 자연의 이미지


이 그림은 자연을 그렸으되 경관이 관광명소처럼 수려하고 빼어난 혹은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자연이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자연의 모습이다. 이런 천연의 야생 들녘에는 무수한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다. 우측에는 커다랗고 풍성한 나무가, 좌측에는 아주 보잘 것 없이 가냘픈 나무가 서 있으며, 멀리에는 호수가 있고 더 멀리에는 아름답지 않은 산이 스푸마토 즉 대기 원근법으로 그려져 있다. 또 산의 모습이 호수에 자연스럽게 비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따뜻한 자연 아닌가? 아련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연,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은 자연이다. 바로 이런 따스한 자연의 모습을 코로가 소재로 삼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이름 모를 자연, 웅장하고 장대한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이런 소박한 자연에서 따뜻하고 서정적인 인간미를 느끼지 않는가? 세상의 욕망과 갈등과는 상관없이 자연 즉 흙과 더불어 맑고 깨끗한 심성으로 자연에 스스로 의탁할 줄 아는 인간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자연 앞에서 누가 세속적 출세와 부의 욕망을 드러내겠는가?


(B) 자연 이면의 소외되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


이 그림은 두 그루의 나무와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한 여인이 작은 나무를 매만지고 있고 그 아래로 두 자녀가 있다. 그 오른쪽에는 커다랗고 튼실하며 잎으로 풍성하고 무성한 나무가 있다. 이 서로 대조된 모습의 나무들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바로 권력과 부의 투쟁의 현장, 그 테두리에서 벗어난 서민들의 삶, 속세의 모습과는 달리 자연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냘프고 보잘 것 없는 나무를 매만지는 여인은 스스로 가정을 꾸려야 하는 운명의 여인,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두 자녀를 키우는 일상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반면 오른쪽에 있는 풍성하고 건강한 나무는 앙상하고 상처난 나무와는 달리 아마도 남편을 비롯해 풍부한 노동력이 있는 견실한 가정의 모습이다.


이 여인이 돌봐야 할 나무는 그녀의 가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품없이 이 가족의 고단한 삶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나무 윗부분은 비바람에 휩쓸려 상처 나고 가지가 부러져 버렸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삶을 영위하는 여인이 겪는 아픔과 고통은 어떠했을까?


그러나 그 어머니 곁에서 놀고 있는 두 아이는 이런 삶의 고통을 알지 못한 듯 천진난만하게 꽃을 꺾으며 놀이에 여념이 없다. 엄마와 함께 있어 마음 놓이고 그렇기에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이런 정경이 실제 우리에게 삶의 고통을 전하는가? 오히려 이런 정경을 보는 순간 우리도 세상의 시름을 잊고 잠시 나마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가라는 상념에 젖고는 미소를 지어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다. 그 자연은 우리에게 지나친 부와 권세를 주지는 않지만, 늘 따뜻한 마음과 웃음을 가지라고 권하지 않는가?


이 그림은 바로 우리에게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인간의 따스하고 소박한 정서를 잃지 말 것을 암시적으로 권하고 있으며, 이런 자연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휴머니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삶의 고통과 고단한 땀의 모습을 감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름 모를 자연 앞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잊고 순간적으로나마 따뜻한 시정을 갖는 것처럼, 이러한 삶의 양상을 통해 삶에 대한 인간의 소박함과 겸허함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의 그림이 코로가 이야기했던 종달새와 더불어 노래하는 자연의 경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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