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의 수수께끼
그림 하단에는 그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할 오브제가 하나 있는데, 이는 이 작품이 두 귀족의 초상화인 동시에 다른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상징적 의미체임을 드러낸다.
해골왜상
(1) 왜상(歪像. Anamorphosis) 즉 변형투영법
- 비정상적인 원근법 즉 단축법과 약화법과 형태의 기형적 사영 즉 사영기하학은 형태의 사실성과 인지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진실임직함(la vraisemblance)의 미학에 이의를 제기 한다. 즉 <이것이 2차원의 평면인가 ?>
- 왜상의 기법은 인지를 왜곡시키던지 일정 방향에서만 인지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 혹은 정면으로 보이길 원치 않거나 볼 수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감추기 위한 것이다. 그 대상은 여인의 머리, 의자, 풍경, 동물 등 모든 것이다.
- 유클리드 관점이 인간을 세상의 무대에 내놓았다면, 왜상은 그 장식의 이면을 보게 해줌.
이 그림의 왜상은 사람의 두개골로, 장중한 젊음의 이미지 앞에 죽음을 상기시키는 이미지로 인간의 마음에 박힌 죽음의 공포를 드러낸 것인가 ?
(2) 메멘토 모리 - 늘 죽음을 생각하라!
드 댕트빌의 좌우명이 《늘 죽음을 생각하라 ! (Souviens-toi de la mort !》이다.
이는 살아있는 동안 사심과 편견 그리고 사리사욕을 버리고 대의명분을 중시하며 공직자로서 자기의 소명을 다하려는 정직한 정치인의 마음자세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 해골은 죽음의 의미가 아니라 삶과 생명을 암시하는 상징체이다.
이 해골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었다면 허영과 사치 등 죽음의 이미지를 지시했을 것이나, 이 형상이 변형투영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되면서 진실한 삶의 가치를 현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죽음의 이미지가 왜상의 기법을 통해 삶의 이미지로 변신한 것이다.
* 2막의 연극 효과
이 작품은 드 댕트빌의 고향 폴리시(Polisy)의 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그림으로 이탈리아식 타일이 깔린 응접실 두 개의 옆문 사이에 걸려 있던 작품이다.
‘프랑스가 소장한 가장 훌륭한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1900년부터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 속 왜상은 홀바인이 이 작품을 통해 계획안 2막의 드라마를 기획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① 제 1막 : 이 성(城)에 출입하면서 응접실에 걸린 그림을 통해 두 주인공과 대면하여 목례의 예를 표하고는 다음 방에 준비된 만찬장으로 입장하는데, 우선 주인공의 의젓한 거동과 수려한 외관 그리고 현실감 있는 공간에 감탄하나, 목례를 마치는 순간 하단부에서 그 형태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기이한 물건을 발견하고는 순간적으로 의구심을 품게 됨.
< 해골확인 >
② 제 2막 : 이런 의구심을 갖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그림의 우측으로 약 1.5 m 정도 이동한 뒤, 고개를 돌려 그 형상을 다시 바라본다. 그 위치에서 이 형상이 해골임을 발견하고는 섬뜩한 공포의 느낌을 갖는다. 혹은 만찬장에서 그 기이한 모습이 이상해 포도주 잔을 들고 응접실에 들어와 그림의 주인공에게 건배의 제스처를 취하는 순간 볼록한 포도주 잔에 비친 왜상의 형태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 길게 늘여진 형상은 볼록한 포도주 잔을 통과하면서 수축되어 해골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 잔속에 맺힌 해골 >
< 잔속의 해골 >
이처럼 그림 속 왜상은 그림의 감추어진 진실 즉 의미를 드러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그림에서의 왜상이 의미하는 진정한 의미는 삶의 가치는 바로 죽음을 전제로 할 때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회화라는 것이 구체적인 시각적 현실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작가의 사상이나 철학, 세계관과 인생관을 간직하는 매체가 되었다.
그러니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를 파헤치는 정신적 즐거움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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