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홀바인 - 외국대사들
Hans Holbein the Younger, 「The Ambassadors」, 1533년. 목판 위에 유화, 207 x 209.5 cm, National Gallery, London
* 그림의 역사적 배경
홀바인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는 16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정치․종교적 위기라는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유럽은 과거의 지적이며 절대적 확신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계속된 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발견에 의해 붕괴되고 있었으며, 종교적으로는 가톨릭교회의 권위가 신교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의 분위기에서 영국의 국왕 헨리 8세는 앤 불린(Anne de Boleyn)과 결혼하기 위해 교황에게 왕비 캐서린(Catherine d'Aragon)과의 이혼을 신청하였다. 당시 유럽의 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의 눈치를 본 교황 클레멘트 7세(Clement VII)는 캐서린이 스페인 아라곤 왕의 딸이기에 헨리 8세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자 영국은 로마 가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를 창시하게 된다.
이러한 영국과 교황청간의 갈등이 향후 유럽 국가에 초래할 부작용을 심히 우려하였던 프랑스의 국왕 프랑수아 1세(François Ier)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외교사절을 영국과 로마에 파견하게 된다. 영국 특사로 그 외교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바로 장 드 댕트빌이며, 로마로 파견된 사람이 그 동생이자 당시 옥세르(Auxerre)의 주교였던 프랑수아(François de Dinteville)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댕트빌 형제의 막중한 임무는 실패로 돌아가고, 그 때 해소되지 못한 종교적 갈등의 앙금이 유럽의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다만 앤 불린이 왕비가 된 1533년 4-5월에 제작된 이 그림만이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 그림의 인물과 오브제
- 그림의 인물들
이 그림의 원제목은 「장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과 조르주 드 셀브(Georges de Selves)」로, 이 그림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당시 프랑스에서 권력과 교양을 두루 갖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각광받던 인물들이다.
그림 좌측의 댕트빌은 29세의 나이로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François I)가 영국 국왕 헨리 8세에게 파견한 외교 사신으로, 자기 국익을 보호하고 영국이 로마 교회와 결별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 수행하는 중이다.
그림 오른편의 인물이 댕트빌의 친구이자 프랑스 라보르(Lavaur)의 주교로 훗날 프랑스 대사가 되어 스페인이 지배하던 베네치아에 파견되는 성직자이다. 당시 25세의 나이이다.
* 장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
초상화 의뢰자로 당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한 인물로, 이런 유형의 정치인을 <짧은 옷(robe courte)의 대사>라 칭한다. 특히 드 댕트빌은 회화, 음악, 과학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인물이다.
<외국대사들 -전체>
- 생 미셀(Saint-Michel) 훈장 목걸이 : 1469년 루이 11세가 제정한 이래 가장 명예로운 기사 훈장
- 단검 : 이 단검에는 라틴어로 ‘AET.SVAE 29’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그의 나이기 29세임을 암시한다.
- 모자의 마크 : 해골 즉 죽음의 이미지
* 조르주 드 셀브(Georges de Selves)
초상화를 위해 드 댕트빌이 초청한 친구. 막강한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으로 이런 공식적 인물을 <긴 옷(robe longue)의 대사>라 부른다.
1533년 4월 이 작품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 드 셀브는 프랑스 라보르 (Lavaur) 교구의 주교로 서품된 인물이다. 특히 드 셀브는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의 원인이 교황이나 추기경 등 가톨릭 지도자들의 부패에 있다고 주장한 가톨릭 내의 진보주의자였다.
- 오른 팔을 올린 책의 모서리에 라틴어로 ‘AETATIS SVAE 25’가 쓰여 있는데, 이는 그의 나이가 25세임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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