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역사에서 중세(中世. the Middle Ages)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자. 중세란 어느 사이에 끼어 있는 시대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바로 서구 역사에서 1000년의 세월을 버틴 중세 기독교 시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서구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때문인데, 그 사관(史觀)이 다분히 인간중심적이기에 그런 것이다. 즉 중세 이전의 시대는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Hellenism) 전통을 이어받은 로마시대이며, 중세 이후는 고대 헬레니즘으로의 복귀를 외친 르네상스 시대이다. 바로 인류의 역사가 인간 중심적 시대에 그 사관으로 기술되었기에, 신중심의 기독교 시대는 그 만큼 폄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고딕과 반달리즘
중세를 인간중심이 아닌 신중심의 시대라 하여, 이 시대를 암흑시대(the Dark Ages)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모자라 이 시대를 고딕(Gothic)이라고도 하고 반달리즘(Valdalis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딕은 5세기 말 로마를 침입하여 동고트 왕국을 세운 게르만 족의 일파인 고트족에서 온 말로, 찬연했던 인간 문화인 로마문화를 파괴한 주범이라는 뜻이다.
또 반달리즘은 5세기 지중해로 진출하여 로마시를 약탈하고 파괴했던 반달족에서 유래한 말로, 맹목적으로 도시의 문화 예술이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중세를 고딕 또는 반달리즘으로 부르는 것은 로마 중심의 인간중심적 문화를 헤브라이즘(Hebraism)이라는 신중심 문화로 바꾼 것에 대한 인간중심적 사관의 보복인 것이다.
그러니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은 양립할 수 없는 문화이며, 서구 역사는 이 두 문화가 상호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헤브라이즘의 특성 : 이성의 거부
그 의미와 가치가 폄하된 중세예술을 보면서, 왜 인간중심적 사관의 보복이 이토록 가혹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 답은 단적으로 말해 인간 이성에 의해 구축된 합리의 개념이 이 시대에 와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세밀한 관찰을 수단으로 대상을 보다 아름답고 숭고하게 표현할 수 있는 즉 인간이 이성적으로 파악한 결과를 해부학, 비례법 등을 토대로 해서 합리적으로 표현했던 헬레니즘의 문화를 거역했던 것이 헤브라이즘 문화였던 것이다.
* 이는 미술작품에서 뿐만이 아니라 음악에서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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