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새(bird)를 노래하면서,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음악과 모방
한 동안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는 이론이 있었고, 예술 분야의 매체에 따라 모방 방식은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좋은 예로 미술은 모방 대상을 시각적 이미지로 옮겨 놓으면 되었지만, 음악은 소리의 예술이기 때문에 대상물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 따라서 음악에서 자연의 모방은 곧 소리의 모방인 것이다. 물론 소리가 없는 대상을 묘사하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듣는 사람에 따라 묘사의 대상을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서양 음악에서 모방의 소재로 채택한 대상은 산, 바다, 동굴, 나무 등 다양하고 동물도 모방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새는 가장 선호하는 소재였다. 우리가 새가 운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노래한다고 표현을 쓰듯이 새의 지저귀는 소리는 그 자체로 음악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새(Bird) 노래의 역사
중세와 르네상스
이 시대는 새의 노래 소리를 성악으로 표현했다. 이 시대에는 성악이 진정한 음악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기악이 발달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그 시대의 악보가 다양하지 못한 것과 많이 없다로 판단하기도 한다. 우리도 새의 소리를 언어로, 말하자면 의성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꾀고리는 “꾀꼴 꾀꼴”이라 하고 뻐꾸기는 “뻐꾹 뻐꾹”이라 하는 것처럼 서양인들도 마찬가지로 새의 노래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를 가사에 포함시켜 새 노래를 흉내낸다. 국가적인 차이가 다소 있는데, 영국은 다소 형식적으로 새소리를 묘사하지만 프랑스는 매우 사실적인 묘사를 즐겨 사용한다.
바로크 시대
바로크 시대는 악기의 발달로 새 소리는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고, 파이프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바이올린이 새 소리를 연주하는 가장 중요한 악기였다. 작곡가들은 주로 이 악기들을 활용하여 새의 노래 소리를 묘사했다. 파이프 오르간은 다양한 사이즈와 재질의 파이프로 구성되어 음색의 폭이 매우 넓으며, 관에 바람을 통과시켜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휘파람 소리와 같은 효과를 손쉽게 낼 수 있다.
반면에 하프시코드는 오르간과 같은 건반악기이기는 하지만 소리 내는 메카니즘이 오르간과 다르지.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사용하여 현을 뜯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그 결과 오르간처럼 음을 길게 지속시킬 수가 없다. 한 음을 길게 지속시킬 수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한 음을 여러 개의 장식음으로 꾸며 음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낸다.
바이올린은 활로 긋는 현악기로 연주 방식에 따라 새소리를 잘 흉내낼 수 있는 악기이다.
감상: 비발디: 사계 봄 중 1악장 (3, 29)
비발디의 사계는 새소리의 의미를 생각하고 나서 들으니까 훨씬 더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전과 낭만주의
자연에 대한 모방은 고전주의 작곡가들보다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낭만주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표제음악이란 사물이나 단어, 관념 등을 음악으로 묘사하거나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표현한 음악이고, 표제음악은 자연의 소리를 직접 음악으로 옮기는 방식의 묘사와 함께 모방 대상의 이미지나 분위기를 음악으로 형상화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감상: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뻐꾸기와 새 (3,06): 뻐꾸기는 클라리넷으로 불특정의 여러 새는 플루트가 중심이 되어 피아노가 함께 연주한다.
제 1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제 2곡 <수탉과 암탉>
제 3곡 <당나귀>
제 4곡 <거북이>
제 5곡 <코끼리>
제 6곡 <캥거루>
제 7곡 <수족관>
제 8곡 <노새>
제 9곡 <숲속의 뻐꾸기>
제 10곡 <커다란 새장>
제 11곡 <피아니스트>
제 12곡 <화석>
제 13곡 <백조>
제 14곡 <끝곡>
20세기 음악
20세기 작곡가들은 음악어법의 다양성으로 새를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20세기 이전에는 조성음악이라는 음악어법의 한계로 새의 소리를 묘사하더라도 말하자면 화음에 맞게, 또 규칙적인 박자와 선율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세기 음악은 과거 조성음악의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기 때문에 작곡가는 불규칙한 리듬으로, 또 우리가 듣기에는 기괴한 선율로 새 소리를 흉내 낼 수 있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음악은 20세기 음악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곡이기 때문에 과거의 음악적 관습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듣기에 큰 부담이 없는 음악이라 할 수 있지만, 메시앙의 음악은 전형적인 현대음악으로 난해한 리듬과 선율로 새 소리를 흉내낸다. 그러니까 20세기의 음악은 좀 난해하다고 할 수 있다.
감상 : 프로코피예프-피터와 늑대(악기설명) / 프로코피예프-피터와 늑대(음악설명)
이렇듯 새 음악이 시대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새가 변해서가 아니라 음악어법이 변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나 지금이나 새는 같은 방식으로 노래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그 시대의 어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제 국가별로 새를 표현한 것을 살펴보면 새에 대한 관심은 프랑스 작곡가들이 가장 컸다.
메시앙은 프랑스 조류학회 회원으로 새의 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직접 산속을 돌아 다녔고, 그렇게 채집된 새의 소리는 작곡가의 판타지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20세기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18세기에 프랑스는 배럴 오르간이라고 부르는 새에게 노래 가르치는 악기를 만들 정도였다.
< 배럴 오르간으로 새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모습>
손으로 돌려가면서 연주하는 배럴 오르간과 새가 잘 따라하나 쳐다보는 여인의 눈매가 매섭다.
음악적 모방의 한계와 가능성
과연 음악으로 시각적 이미지나 관념을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가? 새에 대한 우리의 의성어를 보면 서양의 것과 분명 다르다. 똑같은 뻐꾸기의 소리를 우리는 “뻐꾹 뻐꾹”으로 듣고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쿠쿠, 쿠쿠”라고 듣고 또 그렇게 말한다.
소리에 대한 모방이 문화에 따라 다른 것은 우리의 듣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야~.
나무를 어떻게 음악으로 묘사할 수 있는가? 또 사랑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러함은 문화적인 차이의 형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감상: 헨델의 오르간협주곡, No. 13 F 장조 (감상 포인트: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을 찾아보자) 2악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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