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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이해-권용준교수

미켈란젤로 - 피에타 1

미켈란 젤로 <피에타>


◆  ‘피에타’의 의미와 작품의 사실성


미켈란젤로의 예술관이 유감없이 발휘된 또 다른 작품으로 현재 로마의 바티칸 성당 입구에 있는 <피에타(Pieta)>를 들 수 있다. ‘피에타’란 어머니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슬픔의 감정에 휩싸인 작품을 일컫는 말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마리아가 고개를 숙인 채 슬픔보다는 깊은 명상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이 작품을 바라보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인가? 과연 이 작품의 재료가 차갑고 단단한 대리석인가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성모 머리의 미사포와 옷의 주름이 험 잡을 구석 하나 없이 사실적이다.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들어 올린 미사포, 앞가슴에 두른 띠에 의해 돌출된 앞가슴의 옷 주름, 목 아래의 장식을 넣은 잔잔한 주름 효과, 넓게 벌린 다리로 인해 크게 퍼진 치마 주름. 대리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효과들이다.


◆ 두 인물의 조화와 통일감 : 완전한 해부학의 실현


두 인물의 균형과 조화 또한 완벽하다. 성모 마리아의 숙인 머리와 어깨의 넓이, 예수의 젖혀진 머리와 조화를 이룬 전체적인 신체의 균형이 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참으로 편하게 한다. 바로 예술에서의 균형과 조화, 통일감이 무엇인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 작품에서 보이는 인체의 해부학이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해부학이란 무엇인가? 신체를 이루는 근육과 뼈 등 골격과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인체 내부의 생김새를 알아야만 인체의 겉모습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신체의 비례 역시 해부학의 한 요소이다. 머리의 크기와 몸의 크기가 어울려야 하며, 목의 길이와 어깨의 넓이, 손의 크기와 손가락의 길이 등등 신체 각 요소의 비율이 합당할 때 인간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신체의 비례도 해부학의 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런 해부학의 두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다. 신체의 조화와 균형이라는 비례 이외에도 머리와 가슴, 배와 다리의 생김새, 신체 각 부분의 근육과 골격의 모양이 매우 순조롭고 원만하다.


특히 마리아의 벌려진 오른손이 예수의 오른쪽 어깨 밑을 들어올림으로써 아래로 쳐져버린 팔의 근육이 매우 이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더욱이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의 몸에는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런 모습은 인간 육체의 모습을 완전하게 묘사하기 위해 미켈란젤로가 해부학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 미켈란젤로는 메디치가의 후원으로 산 스피리토 교회의 지하실에서 실제 시체를 해부하면서 인체의 구조를 연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으며, 그 연구의 결과로 그는 완전한 형상의 육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해부학에 대한 지식은 자신의 박식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였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지 않은가? 바로 자신을 하느님의 종으로 삼는 한 예술가의 겸허한 자세와 하느님의 섭리를 드러내기 위한 그 강한 열정을 볼 수 있다.


◆  작품의 구도와 신플라톤주의 : 가시적 삼각형과 암시적 원의 형상


이런 해부학적 요소 이외에도 이 작품의 조형적 특성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전체적인 구도이다. 마리아와 예수가 합쳐진 형상은 삼각형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구도는 시각적 편함을 유도하기에 가장 적절한 조형적 구도이다. 그 시각적 편안함으로 인해 보는 이는 마리아가 겪는 슬프고 측은한 마음에 철저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구도가 어색했다면 그 어색함이 방해요인이 되어 완전한 공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형상은 아래 즉 땅을 향하고 있다. 아래를 향한 마리아의 머리 및 손과 팔, 또한 밑으로 내려앉은 예수의 머리와 팔, 다리 등등. 바로 모든 것이 아래로 향했기에 고개 숙인 마리아의 슬픔이 더욱 측은하게 느껴진다. 이런 땅을 향한 슬픔은 아들을 잃은 한 어미의 슬픔으로, 아마 아들을 죽음으로 인도한 하늘을 원망하기에 하늘을 외면하는 듯하다. 이처럼 마리아의 슬픔이 지상의 슬픔, 한 인간의 슬픔이기에 우리의 가슴 더욱 깊이 박히는 것 같다.


이러한 작품의 ‘드러난’ 조형적 특성과 더불어 이 작품의 보이지 않는 중요한 내적 특성이 작품 속에 감추어져 있는데, 이 특성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즉 앞서 말한 예수 오른팔을 괴고 있는 마리아의 크게 벌린 손을 보라. 모든 것이 하향선을 그리는데, 이 손만이 쳐진 예수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하늘을 향한다. 바로 이 은밀한 상향선이 죽은 아들을 하느님께 보내는 마리아의 경건한 마음을 드러내는데, 바로 이 점이 이 작품에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 점을 컴퍼스의 중심점이라 생각하고 원을 그린다면, 예수의 머리와 마리아의 머리, 어깨, 손 그리고 예수의 무릎과 발이 이루는 형상은 거의 반원이다. 그 중심점에서 발산되는 힘은 반원의 내부에 마치 방사선 모양의 태양빛이 퍼지는 듯한 느낌을 우리에게 부여한다.


원의 조형적 이미지는 무엇인가? 완전함이다. 흔히 성화(聖畵)에서 원은 하느님의 세계이며, 사각형은 지상으로 표현된다. 바로 무한과 유한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반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반원은 완전함의 절반으로, 예수의 죽음으로 그 완전함의 반이 실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에게 버림 받은 인간이 예수의 죽음으로 구원과 사랑의 대상이 된 것이다. 비록 반원으로서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그 안은 빛으로 가득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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