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콧 파슨스(Talcott Parsons:1902-1979)
1. 생애
파슨스는 1902년 12월 3일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태어나 1979년 5월 8일 독일에서 여행 중 뮌헨에서 사망했다. 그의 아버지는 조합 교회의 목사이며, 학자였으며 나중에는 오하이오 마리에타대학의 인문대학장을 지냈다. 파슨스는 메사추세츠에 있는 엠허스트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였고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였다. 1924년에서 1926년 까지 유럽에서 보냈는데 처음에는 런던대학 경제학부에서 그 다음에는 서독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마르크스와 베버, 좀바르트의 연구에 포함되어 있는 자본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 후 엠허스트에 돌아와 그 연구를 끝내고 1927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73년 은퇴할 때까지 하버드에 머물렀는데 1931년에는 사회학과로 옮겨 1944년 사회학 교수가 되었다.
파슨스의 사회학 이론은 미국의 사회학자중 가장 독창적 체계와 이론을 수립한 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파슨스는 공리주의, 실증주의 관념론의 서구세계의 세 가지 주요 지적 전통에서의 뛰어난 사상가들의 장, 단점을 분석하고 이 세 전통의 주요과정들과 개념들을 종합하여 사회학적 이론들을 구성하였다.
그 의 분석방법은 매우 추상적, 논리적이어서 경험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고 또 그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 개념이 매우 난해하다는 정평이 나 있다.
2. 철학사상(구조기능주의)
(요건적 기능주의 : 탈코트 파슨스) : 일반적으로 기능이론을 다룰 경우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사회학자는 파슨스이다. 파슨스에 있어서 가장 주되고 일관성 있게 다룬 것이 질서와 균형이다. 그는 인간의 행위를 개인의 자율에 맞기면 질서가 불가능하며 사회란 만민에 대한 싸움이므로 이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홉스의 이론에 동감하면서도 행위에 대한 억압적, 강제적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강제보다 자발적 동의를 강조하며 이와같은 전제하에서 질서를 논의하였다.
(구조기능분석 ; 파슨스에 의하여 제창된 사회학적 분석방법) : 생리학의 분석방법을 사회체계에 적용한 것이다. 사회현상은 그 자체가 ‘실체’가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변수의 작용과 그것들의 상호의존관계라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전체적 상황으로서 파악하여 ‘사회체계’라는 개념을 확립한 파슨스는 사회체계가 구조화되어 가는 요건과 항상적인 ‘유지기구’의 요건을 이 분석방법에 의하여 발견하였다. 구조기능분석의 주요 논리는 사회체계를 ‘목표지향적인 체계’로 파악하는 데 있으며, 체계의 존속과 발전을 가정하여 ‘AGIL도식’으로 알려져 있는 4개의 기능적 요건을 분류한 데 특색이 있다. AGIL도식이란 사회체계에는 적응, 목표달성, 통합, 잠재성의 4가지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구조기능분석의 주요 특색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① 사회는 반드시 부분들이 결합한 체계이며, 전체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② 사회체계는 비록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동적인 균형상태에 머물러 있다. 외부변화에 적응할 때에도 체계 내의 변화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적응과 사회통제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통해 체계를 유지하고 안정화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역기능, 긴장, 일탈 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사회화와 사후에 통제하는 제재가 주요한 통제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③ 변동은 일반적으로 점진적 방식으로 일어나며, 급격하고 혁명적인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④ 사회통합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가치합의이다.
이상과 같은 구조기능분석은 특정 시점에서 사회체계의 상태에 대한 기술로서는 유효하지만 사회변동의 과정을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사회통합과 균형을 강조함으로써 기존체제의 옹호에 치우치게 되고, 나아가서는 보수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구조기능주의 ; 사회조직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방법론) : 현대 사회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연구방법론이다. 특히 사회시스템의 하나로서 조직을 연구대상으로 할 때에도 구조기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신관료제론》의 R.K.머턴과 A.W.굴드너를 위시하여 사회학의 태두라고 하는 파슨스도 이러한 입장이고, D.카츠와 R.칸도 파슨스 이론에 입각하여 ‘조직의 사회심리학(1966)’을 전개하였다. 구조기능주의는 영국의 ‘사회-기술 시스템론’에도 영향을 주어 그후의 ‘조직의 조건적합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구조기능주의에서 조직은 시스템이고 보다 큰 사회시스템에 대하여 하나의 기능을 다하면서 동시에 그 시스템으로서의 욕구에 대하여 기능을 다하는 각 하부시스템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조직의 목표는 경제제도상 하나의 기능이고, 경제제도는 전체사회제도의 한 기능을 수행하는 하부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조직의 목표 또는 욕구는 ① 적응 ② 유지 ③ 종합화로 구성된다. 여기서 ①의 적응이란 조직이 환경으로부터 자금, 사람, 재료 등의 투입을 받아 내부에서 전환하여 제품, 서비스라는 산출을 환경에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데, 구조기능주의는 조직을 개방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②의 유지란 조직 내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 하부 시스템을
일정한 상호관계로 조정하는 기능을 뜻하고, ③의 종합화란 조직의 각 성원을 전체의 조직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각 성원은 조직의 일정한 가치 체계하에서 각각 그 역할을 가지고 상호관계를 맺고 있으며 개인은 조직의 가치체계를 수용함으로써 전체에 통합되는 것이라고 본다.
구조기능주의는 조직 그 자체에 대한 좁은 관점으로부터 보다 넓은 사회경제제도와 조직과의 관련에 주목하고, 조직행동을 일으키는 원인보다는 조직행동의 결과나 기능에 주의를 돌리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다음과 같은 결함도 있다.
① 구조기능주의는 과학적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극히 관념적인 형식론에 빠져 있다.
② 조직행동은 각 성원 개인의 동기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원 개인의 욕구나 동기 또는 그것과 조직 목적과의 모순 등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③ 유기체를 설명하는 개방시스템으로는 목적달성을 위한 조직의 적응력과 적극적인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
이를테면 카츠와 칸은 조직이 내외의 환경변화에 대하여 동태적 균형을 유지한다고 주장하면서 조직은 환경의 변화를 흡수하여 원래의 균형상태로 될 수 있는 한 되돌아가려고 한다고 하였는데, 그러한 주장은 분명히 생물에 특유한 유지기능을 조직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본래의 기능과 구조를 유지해가게 된다. 거기에는 정태론의 특징을 가지는 구조기능주의는 통할지 모르지만,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조직의 구조나 기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가는 조직의 동태적 적응의 현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기능적 분석 ; 사회체계의 구성요소가 가지는 기능 또는 작용의 방식을 찾기 위한 분석)
파슨스에 의하면 기능적 분석의 목적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 사이의 상호의존적 패턴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려 할 때 해당 사회체계가 가지는 구조를 유지하여 간다는 방법론적 관점에서, 그 모든 요소들이 가진 기능이나 작용 방식을 찾아 이를 분석하여 구조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이때 구성요소의 작용이 구조의 유지에 이바지한다고 볼 수 없을 경우, 이 작용을 역기능이라고 한다.
(사회체제 ; 역사적 입장에서 파악된 사회의 구조적, 개성적 통합개념 )
시스템이라는 말은 체계라고 번역되며 사회체계라는 개념도 있지만, 사회체계라고 말할 경우에는 전체사회의 역사적 내용을 따지지 않는다. 파슨스가 말하는 사회체계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사회체제라 할 때에는 자본주의 체제, 사회주의 체제처럼 일정한 체제원리를 가진 역사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사회 속의 여러 현상이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지배라는 원리로 일관되고, 전체가 그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 있을 때, 자본주의 체제라는 개념이 성립된다. 이는 노동의 지배라는 원리로 일관되는 사회주의 체제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이와 같이 체제원리는 민족적, 문화적 특질을 초월하여 작용하는 것이며, 사회체제라는 개념은 사회구조나 사회조직이라는 일반적 개념과는 달리, 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개성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일정한 체제원리가 사회의 여러 현상 사이의 연관을 궁극적으로 규정한다 하여도, 그 규정방식은 여러 가지이며, 우선 그 사회의 체제원리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도 사회학의 커다란 과제이다.
한편, 사회체제와 관련하여 사회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체제가 주로 큰 사회의 역사적 성격을 나타내는 데 반하여, 사회시스템은 지역사회, 기업체, 학교, 클럽 기타 중소 사회집단의 성격을 밝히기 위한 개념이다. 예컨대 유럽 시민사회의 체제에서는 많은 결사가 만들어졌으며, 그들 사회시스템이 중세 공동체의 사회시스템과 어떻게 다른지 밝히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다. 또 사회학에서의 시스템 분석은 역사학, 문화인류학, 정치학 등의 다른 영역 시스템 분석과 함께 개척하여 나가야 할 학문분야이다.
(사회통합 ; 비통합적인 상태에 있는 사회 내 집단이나 개인이 서로 적응함으로써 단일의 집합체로서 통합되어 가는 과정)
이 과정에 있어서 사회는 분산적인 상태로부터 보다 결합적, 단결적인 상태로 전화하여 간다. 허버트 스펜서는 이를 사회집성이라 하였으며 또 레스터 F. 워드도 이에 따라서, 사회집성 가운데 한 종족에 의한 다른 종족의 정복, 신분의 기원, 국가의 기원, 이질적 요소의 동질적 민족에의 합체, 애국심의 발생, 발전과 국민 형성 등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적 행위이론이나 체계이론의 입장에서는 사회체계 또는 하위체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회분화를 볼 때 다른 역할․기능을 갖는 새로운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정치체계는 다른 체계인 경제․문화를 정치적 국면에서 통합하며, 또 문화체계가 경제․정치의 여러 체계를 가치의 내면화 국면에서 통합하는 예가 사회통합이라고 한다. 파슨스는 통합을 일컬어 다음의 상태 또는 그 상태로 인도하는 과정이라 하였다.
즉, ① 복수의 사람들 사이에 공통의 목표가 존재하며, ②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각자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③ 역할의 수행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임을 서로 인정하고 있으며, ④ 분담하고 있는 역할은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에게 욕구충족을 가져다 준다고 정의하였다.
일탈행동 ; 어떤 사회의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일탈된 행동
사회적 규범은 다양하며, 내용으로는 법률, 모레스, 관습 등이 포함되며, 그 밖에 도덕, 전통, 예의, 유행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일탈행동도 다양하여 범죄, 비행, 마약, 알코올 중독, 매춘, 폭력뿐 아니라, 속어, 은어, 비어의 사용, 신의 모독, 정치, 경제에 관한 과격한 언동도 포함된다. 또, 사회적 규범은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다르며, 같은 시대, 같은 사회에서도 사회체계의 차원에 따라 다르다. 일탈행동 또한 시대나 사회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다.
행위이론 ; 행동과 관련된 요인의 기본 범부들간의 관계에 대한 미국의 사회학자 파슨스의 포괄적 설명
행위의 체계는 단일체계로 다루어질 수 있는 유기체의 행동으로 구성된다. 파슨스에 따르면, 행위이론에는 네 가지의 구별 가능한 요인이 있다.
① 행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설비에 관련된 유기체적 측면
② 상황지향적인 행동에 관계되는 심리학적 체계
③ 인간의 규범적 행동으로부터 발전된 사회체계
④ 이에 따른 규제문화 등이다.
행위는 본래 목표지향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기체는 유의미한 목적(또는 대상)과 최적의 관계를 갖고자 적극적으로 애쓰기 때문이다. 행위는 학습에 의존하며, 학습이 유기체에게 주요한 삶의 목표를 지시해준다.
행위이론의 가정에 의하면, 행동의 기제에 직접 관련된 유기체의 구성요소는 유전적 전수와 환경과의 생화학적 상호작용의 측면과는 전혀 다르다.
3. 파슨스 이론에 대한 평가
(1)거대 이론 내의 결함들
1) 유토피아로서의 구조 기능주의 : 갈등과 변동의 문제
파슨스의 이론에 대한 공통된 비판은 파슨스의 이론이 사회 변동을 개념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론자들은 파슨스의 사회 생활 모델이 평형 상태와 균형 잡힌 교환, 그 리고 기능적인 관계를 강조하므로 사회 변동과 갈등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 렌도르프는 이 이론을 절대선 혹은 절대악의 사회만을 나타내는 유토피아에 비유할 수 있 다고 보았다. 다렌도르프에 의하면 파슨스의 이론은 모든 사회가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 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 안에 갈등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사회의 모 든 요소가 그 사회를 계속 유지시키는데 어떤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렌도르프의 생각으로는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파슨스의 견해는 사 회 실체의 중요한 일부분, 즉 갈등을 도외시하고 있으므로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갈등을 무시하는 처사는 사회 안에서 변동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이해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파슨스의 사회 세계는 역사 의식도 전혀 없고, 사회 내에 그 어떤 변동의 원천도 갖지 않은 균형된 세계이다. 그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계속 그 자체로만 그대로 머물러 있는 세계이다. 정상적인 것으로부터의 일탈은 우연한 것이거나 외부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이 러한 비판은 번번히 확대되어 파슨스의 이론이 보수적인 편견 속에서 세워진 것이라고까 지 주장한다. 또한 파슨스는 ‘사회체계는 생물학적 체계와 같다’는 은유적 용법에서 이론 의 창조적 상상적인 측면을 찾아볼 수 있으나, ‘사회 체계란 하나의 생존 체계 유형이다’ 라고 표현함으로써 지나친 수준까지 은유를 끌어 올렸다. 이는 세계의 본질에 대해 부당 할 정도로 형이상학적 가정을 하는 것이고, 갈등과 변동과 같은 문제로부터 관심을 벗어 나게 한다. 머튼은 은유를 한층 더 발전시켜 사회 체계와 다른 생존 체계를 구별하고 그 차이를 밝혔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지각하지 못하는 기능론적 설명은 실제로 상당 히 보수적인 편견을 지니게 되는 경향이 있다.
2)목적론적, 기능론적 설명
파슨스의 이론에 있어서는 그것이 생물학적 체계들 사이의 차이를 규명하는데 실패하고 있는데, 그것은 파슨스의 이론이 인간의 이론을 사회의 이론으로 일반화시키는 결과로 나 타난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생물학적 유기체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사회 가 생물학적 유기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파슨스에 대한 수많은 비판들이 다음과 같은 식 으로 요약된다. 즉 파슨스의 이론은 세계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명제들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선, 파슨스에 의하면 사회 체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족되어야만 하는 요구 를 지닌다고 하였는데, 비판가들은 실제적인 면에서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파슨스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증하려면 존속하지 못한 사회의 보기가 필요하며, 그 사회가 기능적 선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야 한다. 단순 사회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예를 찾기가 무척 힘들다. 단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회가 보다 잘 적응된 사회에 의해 군사적 혹은 경제적 정복 등을 통해 흡수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 이 사회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잘 적응된 사회의 한 부분으로 변형된 형태를 지닌 채 남아 있다.
사실 파슨스의 주장은 상이한 사회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동물 종족들과 같을 때에만, 즉 적자생존의 상태에서만 관철될 수 있다.
둘째, 비평가들은 사회 체계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요구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 로 그러한 요구가 어떻게 충족되는가가 설명될 수는 없다고 비판한다. 예컨데 현대 산업 사회는 복잡한 교육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기능주의자들의 주장이 옳을지 모르나 영국, 프 랑스, 미국 등 비슷한 진화단계에 있는 사회들이 실은 상이한 교육 체제를 지니고 있다. 하나의 필요(요구)는 여러 방식으로 충족될 수 있으며, 필요가 존재한다고 기술하는 것만 으로는 그것이 어떻게 충족되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해 줄 수가 없다.
셋째, 어떤 사물의 존재를 그것이 충족시키는 기능에 의해 설명하는 것은 원인이라는 개 념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비판된다. 기능이란 어떤 사물이 존재할 때에야 비로소 완수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 기능이 존재의 원인이라면 그 때 결과, 즉 존재는 원인, 기능 보다 앞서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인과관계의 시제가 뒤바뀐 셈이다.
파슨스에 따르면 사회 체계는 역할 점유에 따라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고, 따라서 그 조직적 연결은 신체 부분의 연결과는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사회 체계가 결과적으로 다른 생존 체계들과 다르다고 하는 함의는 파슨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3)물질적 관심과 규범적 관심
파슨스가 사회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 데이비드 로크우드라는 학자는 현존하고 있는, 그러나 구조 기능주의로는 이해될 수 없는 사회 세계의 특징들을 지적함으로써 인 간과 사회의 차이점을 강조하였다. 파슨스 이론의 중심에는 의미(규범과 가치)가 자리잡고 있고, 의미를 중심으로 행위 체계와 사회 체계가 조직되어 있음을 강조하는데, 로크우드는 실제 사회생활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것을 ‘물질적 토대’ 라고 부르는데, 이는 차등적인 삶의 기회를 구조화시키고 비규범적인 종류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에서 한 행위자가 자신의 재산을 실제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관 심, 즉 행위자가 규범적인 상황정의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기적 욕구 를 추구하는 성향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람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노동이 숭고 한 것이라는 규범과 가치 체계를 고수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물질적 관심 때문이라 점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그는 행위자들 간의 문제인 소위 사회 통합과 체계 내 부분들 간의 문제인 체계 통 합을 구분한다. 사회적, 규범적 통합은 나타내지만 체계적 통합은 나타내지 않는 사회, 예 컨대 경제적 위기는 분명 체계 불균형과 통합 결핍의 지표로 간주될 수 있으나 그들이 겪 는 경제적 곤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고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물질적 관심’이라는 개념을 함께 생각해 볼 때, 규범 체계가 특정한 물질 적 관심을 성취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음이 명백해진다.
파슨스의 이론과 구조 기능주의는 언뜻 보기에 매우 그럴 듯 하게 보이지만 위와 같이 예기치 못한 경우들을 설명할 수 없는 듯 하다. 이 이론은 사회 생활을 ‘물질적 체계’로서 가 아니라 규범적이고 가치의 통제 체계로만 파악할 뿐이다.
4)구조 기능주의는 설명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기능주의 설명이 가지는 몇몇 문제점들을 살펴 봤으나, 이제는 파슨스의 이론 이 본질적으로 설명적이라기 보다는 기술적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파슨스 저작의 방대한 인용문들을 옮겨 쓴 다음 평이한 언어로 고쳐 써서, 그 의미를 명료화시키 고, 어떤 생각도 빠뜨리지 않고 몇 줄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으며, 실재 ‘C. 라이트 밀즈’라는 학자는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저서에서 그 같은 작업을 해냈 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파슨스가 이론에 부여한 의미 때문인데, 이는 ‘모든 사 물을 그 구성 요소들을 분해한 후 그 요소들을 다시 함께 엮음으로써 이론을 만든다’는 것이다. 만일 설명이라는 것이 인과적 과정과 인과적 기제를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 의 이론이 설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체계, 하위 체계 등 그 이론의 개념 은 추상적인 반면, 인과적 과정과 인과적 기제는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파슨스의 또 다른 비판 중 하나는, 그의 이론이 발전함에 따라 그것은 단위 행위 모델에 있어서처럼 행위자의 선택을 다루는 개체주의적 이론에서부터 행위자의 선택이 체계에 의 해 결정되는 방식을 다루는 총체적인 이론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파슨스의 대부분의 사 상과 저작이 개인보다는 체계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비판은 항상 개인 행 위와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행위 이론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실제로 파슨스는 개인 과 체계 모두를 다루고 있으며 유형 변수의 중요성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에 있지만, 그는 이 둘을 동시에 다루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는 필요에 따라 한 관 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체계란 어떤 의미에서는 커 다란 개인이요, 또 다른 의미에서 개인은 조그마한 체계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이 우선될 수 없다. 파슨스 역시 어떤 저서에서는 개인을, 또 다른 저서에서는 체계를 강조하게 된 다.
(2)파슨스 이론의 긍정적 평가
영국의 사회학자 이언 크레이브는 파슨스의 이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외적인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함께 파슨스에 대한 모든 비판들은 그의 이론체계를 마치 죽기를 거부하는 하나의 공룡처럼 보이게 만들어 버렸다. 파슨스의 이론 체계는 여러 면에서 이론화 작업에 대해, 그리고 그 위험성에 대해 하나의 교훈이 된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파슨스의 이론은 사회 질서에 대규모적인 체계적 측면이 있음을 강조하는데, 그러한 측면은 한 때 모든 행위 이론에 나타난 측면이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무시되고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이론은 사회 실체의 한 영역을 잠재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강한 힘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사회의 특징을 나타내는 실재의 영역인 ‘중간영역’- 정당, 종교 집단, 사업체와 같은 조직은 독립적 실체를 가진 조직으로서 인간 행위의 측면, 즉 관계된 사람들을 통합하는 목표, 규범, 가치 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직들을 생물학적 체계의 형태로 이해하고 기능적 선결 요건을 자세하게 파악하면서 이 선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소멸해 버린 경우들, 그리고 이것이 충족되는 과정이나 적응과 통합의 기제 등을 밝히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제프리 알렉산더 또한 파슨스의 이론이야말로 고전 사회이론과 현대 사회이론의 분수령을 이루는 이론이라고 평가하면서 파슨스 이후에 등장한 다양한 사회이론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파슨스의 이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슨스는 고전 사회이론들의 다양한 이론적 갈래들을 한데 모아서 새로운 통합이론을 수립하려는 야심을 지니고 있었고, 분석적 기법을 통해 행위의 합리적 요소와 비합리적 요소, 그리고 질서의 자원적 측면과 강제적 측면을 동시에 통합시킬 수 있는 다차원적 이론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파슨스는 이러한 다차원적 기준만을 세워 놓은 채 자신의 이론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적 야심을 달성하지 못한다.
전후의 사회이론들은 이러한 파슨스의 이론적 약점들을 하나씩 지적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적 전통을 수립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제 각각 파슨스 이론의 한 단면만을 붙들고 늘어짐으로써 파슨스가 시도했던 다차원적인 이론 통합의 업적을 무산시키고 오히려 이론적 후퇴를 낳게 되었다고 알레산더는 분석한다.
(3)결론 : 파슨스의 저작은 수십년 동안 사회 이론을 지배해 왔으며, 파슨스가 이 전통에 있어 가장 세련되고 포괄적인 이론을 전개한 사회학자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종종 다른 이론적 접근들- 갈등론, 상징적 상호작용론, 현상학적 사회학 및 민속학적 방법론 등이 파슨스 이론과 상반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여러 면에서 파슨스의 이론체계에서 분열되어 나왔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파슨스의 체계는 그 자체가 바로 반대자들의 모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들은 실제로 파슨스의 이론체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파슨스 시대 이후의 사회학계 전반을 놓고 볼 때 얼마나 많은 이론적 진보가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러운데, 그 이유는 그들이 여전히 파슨스와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의 이론의 약점을 공격하는 한편 그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였고, 또한 일방적으로 반대함으로써 통합 이론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비록 비판의 내용 자체는 옳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제시한 이론적 대안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았다.
4. 저서 : ‘사회행위의 구조’(1937), ‘행위의 일반이론을 지향하여’(1951), ‘사회구조와 인성’(196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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