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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

깜깜한 주변의 가로등 불빛이 유독 도르라져 하얗게 빛을 반사해낸다.

소리조차 깜깜한 곳에서 흔들림없이 아래로 향하는 불빛은 아침을 더욱 추워 보이게 한다.


시동을 켤때마다 무탈한지를 물어보는 마음으로 숨을 참고 키를 돌리면, 부르릉하며 거친 소음을 뱉어내면 참았던 숨이 터지게 된다. 무엇인가 큰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인사말이라도 잘 끝낸 것 같이, 시작이 나쁘지 않은 안도감을 얻는다.


몇달 부터 달달거림, 힘에 부친소리를 자꾸 내기에 막혔던 찌꺼기를 내뱉어보라고 악셀을 더욱 힘치게 밟아본다. 도통 좋아질 기미는 없지만 힘을 내보라며 밟는 엑셀을 근거없는 신념 같은 것이다.

흔들거린다. 부르르 떤다. 가면서도 떨고 서있어도 떤다.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끝내 도착지에 도착하고 시동을 끄면서 잠시 후에 시동을 걸 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길 바래본다. 역시 근거없는 믿음, 바람이다.


'어, 어,  이상하네, 왜 안보이지?'

작년에만 해도 2.0이였는데, 숟가락을 한쪽 눈을 가리니 선명하게 보였던 3,C, 5, 그 등이 흐릿하게 보인다. 당황이 되면서 떠오르는 것은 스마트폰을 한참 쳐다보고 난 후 다른 곳을 바라보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두개로 보이거나 흔들려보이는 현상이 지금 지속되나 보다 였다. 당시는 스마트폰을 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노안이라는 녹슬은 훈장같은 것으로 여기며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였는데, 녹내장이란다.


나는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무엇을 한 것이 아니였고, 차는 달리는 것 이외에 특별한 것을 한 것이 아니였다.

세월이 흘렀을 뿐이다. 세포의 분화가 어쩌고, 세포의 소멸이 어쩌고, 엔진의 때가 어쩌고, 점화코일이 어쩌고가 아니라 그냥 세월이 흘렀다.